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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orae’s Book Review #5] 이연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 – 꾸준함보단 '나답게 버티기'

📑 목차

    이연 그림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 리뷰

    꾸준함의 힘

     

    습관개선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 여러 책을 읽고 있다.
    매일 수영이 힘들었던 나에게 「매일을 헤엄치는 법」이라는 제목은 유난히 오래 머물렀다.
    그 제목만으로도 내 하루의 감정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을 버텨내는 일상이 어느새 ‘헤엄치는 일’처럼 느껴졌던 요즘, 이 책은 마치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함'이 힘겨워질 때면 나는 이책의 제목인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매일' '헤엄치다' 이 두단어의 조합은 단순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붙잡는다.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는 뜻처럼 들린다.
    아마 앞으로도 지칠 때마다 이 문장을 나에게 건넬 것 같다. ‘그래, 오늘도 헤엄치자.’

     

    이 책은 만화와 에세이가 섞인 형태라 가볍게 펼쳤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마음이 깊게 잠기듯 많은 생각이 남았다.
    꾸준히 헤엄치는 일보다, 나답게 버티는 법이 무엇인지 곱씹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림의 부드러운 선과 문장의 간결함이 함께 어우러져,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연의 그림은 소리 없는 문장 같다.
    강렬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마치 깊은 물속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빛처럼, 늦게 도착하지만 잔상은 길게 남는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한참 동안 내 곁에 머물렀다.
    눈앞에는 그림이 사라졌지만, 마음속에는 물결처럼 잔잔한 울림이 계속 번졌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많지 않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건 마치 우리가 하루를 버텨내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아무 말 없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마음의 진폭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꾸준함을 완벽한 반복으로 착각하지만,
    이연의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물을 밀어낸다.
    그 모습이 나의 습관개선 프로젝트와 닮아 있었다.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돌아오는 일상 속에서 꾸준함은 자란다.

    조용한 문장이 건네는 다정한 손

    “아무도 몰라도 괜찮아. 나는 알고 있으니까.”
    “오늘의 나를 끌어안는 일은 내가 해야 하니까.”

     

    이런 문장들이 내 안의 무게를 조금 덜어준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느새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괜찮아, 오늘도 잘했어.’
    누군가가 내 안쪽을 들여다보고 적은 것 같은 문장들이다.

     

    이연의 문장은 대단한 철학을 내세우지 않지만, 묘하게 오래 남는다.
    ‘괜찮다’는 말조차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내민다.
    그 다정함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된다.

     

    요란한 위로보다 조용한 공감이 더 깊게 스며든다.
    이 책은 “힘내”라는 말 대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그 단순한 인정이 마음의 틈을 부드럽게 메운다.
    습관을 이어가며 스스로를 다그쳤던 내게,
    이 문장들은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속삭였다.

     

    그리고 그 한 문장들이 내 안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냈다.
    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하루가,
    잠시나마 ‘그냥 있어도 괜찮은 시간’으로 변해갔다.

     

    세상은 끊임없이 “조금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연의 책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해준다.
    그 말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의 울음을 살짝 달래주는 듯했다.

    위로하지 않는 위로

    힘든 날에도 ‘나를 알아주는 문장’ 하나가 있다면,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연 그림에세이는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묵묵히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진짜 위로라는 걸 작가는 알고 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이 건네는 말은

    결국 ‘너무 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이다.

     

    우리가 헤엄치는 이유는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잊지 않게 해준다.

     

    수영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건,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히 나아가는 것보다, 
    삶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자리에서 헤엄치는 것도 헤엄이다

    책을 다 읽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순간이, 내 안에서 가장 큰 파도가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 속 인물들도 그랬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물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나 같았다.

     

    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가지만, 나의 속도는 늘 제자리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제자리에서 물을 헤엄치는 것도 헤엄이에요.”

     

    그 말이 내 마음을 묘하게 울렸다.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도, 어쩌면 살아내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습관을 만든다는 건 결국 자기 속도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매일 똑같이 꾸준할 수는 없지만, 멈추지 않는 마음은 분명히 자란다.
    이연의 그림처럼, 나의 하루도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간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그리고 그 방향은 언제나 ‘나 자신 쪽’을 향해야 한다는 걸 이 책이 알려준다.

    “말이 쉽지…” 그 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은 늘 선택과 후회의 반복 속에 있다.
    누군가는 가볍게 지나가는 일을 나는 며칠씩 붙잡고 괴로워한다.
    그럴 때면 “말이 쉽지…”라는 문장이 다시 떠오른다.

     

    그 간단한 두 단어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 짧은 문장 안에는, 다 하지 못한 위로와 끝내 삼킨 말들이 숨어 있다.
    우리는 그 말 앞에서 잠시 멈추고, 또다시 발버둥치며 하루를 버텨낸다.

     

    이연의 책은 그런 마음을 다독인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한마디의 온기를 담아,
    우리 모두의 불완전함을 포용한다.

    멈춰 있는 자신을 용서하는 법

    이연의 문장은 그런 사람들을 향한 다정한 손짓 같다.
    “괜찮아, 그렇게라도 나아가고 있으니까.”

     

    나는 이 책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법’보다
    ‘멈추어 있는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착각하지만,
    때로는 아무 성과 없이 하루를 견디는 일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연의 그림은 그런 평범한 하루의 고요함을 깊게 바라본다.
    그 안에는 삶을 버티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 담겨 있다.

     

    습관 개선 프로젝트 중 '감사일기'를 쓰며

    나는 자주 스스로를 평가했다.

    오늘은 얼마나 해냈는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새로운 기준을 알려주었다.
    ‘오늘을 무사히 통과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 단순한 문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매일 같은 속도로 나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그 단순한 진실을 그림으로, 문장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결국 삶이란 ‘오늘을 떠 있는 연습’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그 연습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알아간다.

     

    그래서 오늘은 그저 숨을 고른다.
    내일을 잘 살아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시간.
    그것이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꾸준함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헤엄친다

    밤이 깊을수록 이연의 그림들이 다시 떠오른다.
    책 속 인물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수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앞으로, 누군가는 제자리에서 맴돈다.

     

    그럼에도 모두가 각자의 물결 안에서 자신만의 박자를 찾는다.
    그 불완전한 리듬 속에서 우리는 살아 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그런 확신을 심어준다.
    이연 그림에세이가 전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해내지 못해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곧 삶의 증거가 된다.
    그 사실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오늘의 물결을 건너는 나에게

    책을 덮은 뒤 나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이연의 문장들은 내 안의 작은 소리를 깨운다.
    그것은 위로이자 다짐이고, 내일을 향한 숨이다.

     

    결국 「매일을 헤엄치는 법」이 말하고자 하는 건 단 하나다.
    ‘끝까지 헤엄치려 하지 않아도 돼, 그저 오늘의 물결을 함께 건너면 된다.’

     

    그리고 그 문장이 내 안의 고요한 물결을 어루만진다.
    아무도 모르게 흘러가는 오늘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대신 말해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오늘도 나는 내 방식으로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