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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orae’s Book Review #7]「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박경란) 북리뷰
남해에는 ‘독일마을’이 있다. 이곳은 예전에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갔던 분들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 정착하고 싶을 때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이라고 알고 있다.
나 역시 이곳을 방문했다가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라는 이름을 더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내가 배웠던 파독의 서사는 대체로 선명했다. 나라의 산업을 살리기 위해 낯선 타지에서 고생을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 희생과 헌신의 상징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를 읽고 나서, 그 서사가 조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경제적 이유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이 독일로 향한 이유는 ‘돈만을 위해서’로 단순화하기 어려웠다. 그들의 선택은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였고, 누군가에게 떠밀린 삶이라기보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아낸 삶에 가까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파독 간호사를 ‘국가의 역사’ 속 역할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으로 자기 삶을 만들어낸 한 사람들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파독 간호사를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세우기보다, 그들이 실제로 통과해온 일상과 감정의 결을 차분히 기록한다.

내가 알고 있던 ‘파독’과 책이 보여준 ‘삶’의 거리
우리는 파독을 자주 “거대한 역사”로 배운다. 그래서 파독 간호사를 떠올릴 때도 산업화, 외화, 헌신 같은 단어가 먼저 오곤 한다. 그 설명은 틀리지 않지만, 그 언어만으로는 한 사람의 삶을 다 담아내기 어렵다. 한 사람이 먼 나라로 떠난다는 일은 언제나 개인의 사정과 감정, 관계의 무게가 함께 움직이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독일마을이라는 공간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돌아온 사람들의 정착’이라는 문장 뒤에, 돌아온 뒤에도 다시 한번 선택해야 했던 시간이 겹쳐 보였다. 떠남이 큰 결심이었다면, 돌아온 뒤에도 삶의 자리를 다시 잡아야 했던 과정 역시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생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선택한 사람들’로 보기
내가 가장 크게 바뀐 지점은 여기였다. 그동안 나는 파독 간호사를 “국가를 위해 고생한 사람들”로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책 속 목소리들은 그 이미지에 한 겹을 더한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누군가는 지금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 독일을 선택한다.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복수였고, 같은 이유라도 각자의 마음은 달랐다.
그래서 이 책은 파독을 “고생했다”라는 한 문장으로만 정리하지 못하게 한다. 고생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고생을 통과한 방식이 한 사람 한 사람 다르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한 단어로 다 묶지 않는 데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간호의 시간은 감동이 아니라 현실로 흘러간다
간호라는 일은 종종 따뜻한 마음만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장은 마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체력과 기술, 정확함과 속도, 넘겨야 할 규정과 책임이 동시에 요구된다. 특히 낯선 언어와 환경 속에서는 어떤 하루도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돌봄’이라는 단어가 가진 폭을 다시 생각했다. 돌봄은 감정만이 아니라 수행이고, 훈련이며, 오래 버티는 전문성이다. 그래서 파독 간호사를 단지 ‘미담’의 주인공으로만 기억하는 방식은, 오히려 그들이 일로 쌓아 올린 시간과 역량을 지워버릴 수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그 지점을 조용히 되살린다는 점이었다.
‘희생’이라는 단어가 가려버리는 얼굴들
파독 간호사를 이야기할 때 ‘희생’이라는 단어는 존경의 표현처럼 쓰인다. 하지만 그 단어가 너무 앞에 서면, 삶의 다른 표정들이 가려지기도 한다. 성취, 자존, 관계, 성장, 그리고 말로 다 꺼내지 못한 감정들.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여러 색이 함께 있는데, 한 단어로 덮으면 그 복합성이 사라진다.
이 책은 그 복합성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믿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좋은 이야기”로만 만들지 않고, 그 삶이 지나온 온도와 굴곡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나는 이 책을 파독 간호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만, 오히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 추천하고 싶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익숙한 이야기로 덮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는 파독을 거대한 역사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그 대신 선택과 시간,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꿔놓는다. 이제 독일마을은 내게 ‘예쁜 마을’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긴 시간을 지나 돌아와 다시 선택한 삶의 자리로 함께 남는다.
- 파독 간호사의 삶은 ‘희생’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각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 간호는 감동의 서사가 아니라, 책임과 전문성으로 이어지는 현실의 노동이었다.
-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파독 서사 밖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보게 만든다.
파독 간호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는 그분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보다, 각자의 선택과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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