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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기르기 [RGorae’s Book Review #8]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피부가 하얀 소녀시대의 태연이 생각났었다.
또, 아래의 사진처럼 흑인 백인 황인 이라는 범주에 있지만, 흑 백 황으로 나누긴 힘든 피부색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이 단순히 피부색이 하얗지만, 백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관한 책인가 했는데, 책은 그 애매한 불편함에 이름을 붙인다.
고정관념, 구조적 차별, 미묘한 차별, 그리고 차별의 내면화까지. 읽다 보면 “이건 사회 이야기”로만 남지 않고, 어느 순간 내 일상에 겹쳐진다. 나는 특히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그 겹침이 가장 선명해졌다.

1. 마이크로어그레션,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의 이름
책에서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불편한 상황의 이름을 처음으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직장 동료들이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내가 다가가면 대화가 미묘하게 끊기거나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예민한가’부터 의심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예민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내가 ‘소속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공기’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대놓고 욕을 하지도 않고, 명백한 한 문장으로 증명되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 힘들다. 애매함은 결국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별일 아닌데 왜 그래?”라는 말이 쉽게 튀어나올수록,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애매함을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구조가 만드는 배제’로 바라보게 만든다.
2. 고정관념은 농담처럼 시작되고, 분류처럼 남는다
이 책이 반복해서 짚는 것은 고정관념의 방식이다. 고정관념은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기 전에, 먼저 ‘분류’한다. “너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표식이 붙는 순간, 그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범주가 된다. 겉으로는 가볍고 친절한 말로 시작될 수 있지만, 그 말은 결국 상대를 특정 자리로 밀어 넣는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직장에서 느꼈던 미묘한 거리감이 단지 ‘기분’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대놓고 배척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흐름과 정보의 공유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그냥 분위기”라는 말로 쉽게 숨겨진다.
3. 미묘한 차별은 의도와 상관없이 만들어진다
이 책이 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는 ‘미묘한 차별’을 의도적인 악의로만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묘한 차별은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미묘하게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언행으로 나타난다. 말하는 사람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라고 빠져나갈 수 있고, 듣는 사람은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자신을 먼저 의심한다. 그런 구조가 반복되는 순간, 차별은 더 조용하게, 더 오래 사람을 흔든다.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구절도 결국 이 지점과 연결되어 있었다. 책이 말하는 미묘한 차별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순간의 반복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정확한 언어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단어는 그 반복을 한꺼번에 설명해준다. 내가 겪는 불편함이 ‘기분’이 아니라 ‘패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내 스스로도 인정하게 만든다.
4. ‘백인’이 가리키는 것은 피부가 아니라 기준이다
제목의 ‘백인’은 피부색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기준’이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보편이고, 어떤 말이 유머로 소비되어도 되는지. 우리 사회는 종종 특정 집단의 기준을 보편처럼 여기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이 대목을 읽는 동안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백인 옆에 서 있는데도 더 하얗게 보이는’ 사진들이다. 실제 피부색의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의 노출과 조명, 그리고 보정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우월함’처럼 소비하기도 한다. 그 순간 ‘하얗다’는 것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기준이자 평가가 된다.
나는 그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이 말하는 것은 피부색 자체가 아니라, 어떤 색을 정상으로 두고 다른 색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시선이다. 겉으로는 칭찬이나 농담처럼 지나가지만, 그 기준은 사람을 조용히 줄 세운다. 그래서 나는 ‘예민함’이 아니라 ‘감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불편함은 때로 내가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기준이 왜곡되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

5. 읽고 나서 내가 선택한 태도: 불편함을 ‘그냥’으로 넘기지 않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얻은 가장 현실적인 변화는 하나다. 불편함을 더 이상 ‘그냥’으로 넘기지 않기로 한 것. 불편함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고, 반복되는 불편함은 개인의 기분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마음에 박힌 문장은 “무지를 넘어 무식”이라는 표현이었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가볍게 분류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태도가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불편함을 참고 넘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결국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분위기’보다 내 존엄과 경계였다.
나는 이제 같은 상황을 만나면, 먼저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이 불편함이 한 번인가, 반복인가.” 그리고 가능하면 작게라도 경계를 세우고 싶다. 대화를 차단하는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그건 내 성격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내는 문제일 수 있다. 책은 그 가능성을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단어로 내 눈앞에 보여주었다.
결론: 요약
- 이 책은 차별을 노골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고정관념과 구조, 미묘한 배제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 미묘한 차별은 의도와 무관하게 반복되며, 그 애매함이 오히려 피해자를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다.
- ‘무지를 넘어 무식’이라는 문장은 차별을 키우는 태도가 무엇인지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되 독자를 무력하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그 불편함을 ‘그냥’으로 넘기지 않는 태도를 남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겪던 미묘한 상황을 “내가 예민해서”라고만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내 감각을 존중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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